에이치앤티 주가조작 사건

공지사항

머니투데이 기고문
    첨부파일 : 작성일: 2008.07.07 Hit: 4585
저희 법인소속 김주영 변호사가 에이치앤티사건과 관련하여 머니투데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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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시장]신뢰의 위험 ▶ 김주영 변호사 (머니투데이 2008년 6월 30일)


자본시장에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신뢰'를 드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신뢰할만한 사람을 찾기 힘든 시기에는 더욱 '믿음직한 사람'이 아쉽다.

유명한 애널리스트의 예측도 믿을 수 없고 경제신문의 추천도 믿을 수 없다. 경험 많은 펀드매니저도 믿을 수 없고 내가 거래하는 증권회사의 투자상담사도 믿을 수 없다.

이렇게 도대체 믿을만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어 보이는 자본시장이기에 사람들은 더 더욱 믿을만한 그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또 열광한다.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는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로 자본시장을 어지럽히는 머니게이머들을 좇아 민사상 책임을 추궁하는 그런 업무를 취급한다.

최근에는 기존 사업인 컴퓨터 부품제조업이 난관에 부딪치자 태양에너지사업에 진출한다며 사업의 성공가능성과 사업적 가치를 엄청 부풀려 자본이득을 챙긴 한 코스닥 기업의 CEO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그 회사는 단일 제품을 단일 공급처에 공급하는 회사로서 IMF때 부도를 낸 회사의 사업부문을 임직원들이 인수해 설립된 후 2006년 6월에 코스닥 상장을 한 회사였다.

그런데 그런 회사가 상장된 지 겨우 1년여가 지난 시점에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아무리 이 회사가 신규사업으로 내세운 태양에너지사업이 그럴듯했다고 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떻게 그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철저히 속을 수가 있단 말인가.

필자가 여러 피해자들을 만나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많은 피해자들이 이 회사의 CEO를 정말로 훌륭한 기업가라고 믿었다는 것이었다.

성공한 중소기업인을 찾는 시류에 편승하여 유명 언론들과 잇달아 인터뷰를 하고 나라에서 훌륭한 중소기업인에게 주는 표창도 받고 게다가 말도 신중하고 겸손하게 잘 구사하는 듯해서 '정말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이구나 '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CEO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던 기자들조차 이 사람을 신뢰할만한 사람으로 믿었다고 하니 일반인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마리안느 윌리암슨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적'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을 찾아내고 싶어 하는 건 우리 모두의 욕구이지만 나를 '붙들어 줄' 완벽한 사람을 찾고자 하는 것은 나의 가장 큰 심리적 상처이자 에고(ego, 분리된 자아)의 가장 강력한 속임수라고 했다.

특별한 사람을 만나 특별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이 바로 상처이고 속임수이듯이 자본시장에서도 특별한 회사, 특별한 CEO를 만나고자 하는 것 역시 우리들의 심리적 상처이자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사람이 없듯이 특별한 회사도 없다.

내가 특별한 회사, 특별한 종목을 찾아다닌다면 내게 계속해서 똑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왜냐면 스스로 현명하다고 자처하면서 특별한 기업을 찾아나서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속이기 쉬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의뢰하면서 많은 피해자들이 나에게도 묻는다. 변호사님, 확실히 승소할 수 있겠습니까? 배상을 받아낼 수 있나요.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어도 굳이 확실한 결론만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무조건 나를 믿으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없고 그 누구도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승소를 장담하는 것은 변호사윤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확답을 피한다.

나 역시 간절한 소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서 승소를 장담하고 싶지만 룰(rule)이 있어서 이를 자제할 수 있다. 그래서 법률시장에도 자본시장에도 룰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담하고 헛된 신뢰를 주는 기업과 기업가에게 룰이 무엇이고 또 왜 그런 룰이 있어야 하는지 가르쳐 줄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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