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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외투자자소송】 국내 선물 투자자들, 미국 법원에서 미 고빈도매매 업체 상대로 소 각하 취소결정 얻어내
    2018-05-28 31

    미국 고빈도매매업체가 코스피 200 선물 시세를 조종하여 손실을 야기하였다는 이유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제기한 집단소송이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지난 3. 29.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은 타워리서치캐피탈(Tower Research Capital)의 코스피 200 야간 선물 시장에 대한 시세 조종 행위가 미국 상품거래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 각하를 결정한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의 판단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당 사건을 원심으로 되돌려 보냈다. 어떤 이유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에서까지 집단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으며, 이번 결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코스피 200 선물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연유

     

    코스피 200 야간 선물 시장은 코스피 200 선물 투자자들이 시차에 따른 지연 없이 야간시간 동안에도 거래할 수 있도록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와 연계하여 2009년 11월에 개장된 시장이다. 국내에서의 매수 내지 매도 주문은 한국거래소 시스템에 입력되지만, 매매 체결 자체는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거래 플랫폼 CME Globex를 통하여 이루어지며, 청산·결제는 한국거래소가 담당하는 구조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타워리서치캐피탈은 컴퓨터 알고리즘에 기반한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 HFT)를 전문으로 사용하는 투자업체로서 이러한 코스피 200 야간 선물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2년에는 전체 거래량 중 53.8%에 달하는 거래를 체결할 만큼 상당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누렸다.

     

    본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2012년에 코스피 200 야간 선물 시장에서 거래한 우리나라 투자자들로서 타워리서치캐피탈이 문제의 기간 동안 고빈도매매와 결합한 스푸핑(spoofing) 기법, 즉 체결 의사가 없음에도 대량의 주문을 수백 수천분의 1초 마다 제출 및 취소를 반복하여 시장으로 하여금 매수 또는 매도세가 세다고 인식하도록 하고 자신은 반대매매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시세조종 기법을 사용하여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본 소송을 제기하였다. 특히, 타워리서치캐피탈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고, 코스피 200 야간 선물의 매매 체결이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거래 플랫폼 CME Globex를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국내가 아닌 미국에 직접 미국 상품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상품거래법 적용 불가를 이유로 소 각하한 원심과 이를 뒤집은 연방항소법원

     

    문제는 2010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Morrison 사건에서 미 증권거래법의 효력은 타국에서 거래한 증권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와 유사한 문언을 가진 상품거래법에 근거하여 제기된 본 소송의 대상 거래가 과연 미국에서 거래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은 코스피 200 야간 선물의 매매 ‘체결’ 자체는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거래 플랫폼 CME Globex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으나, 거래의 최종적인 종결은 익일 한국거래소 시스템 내에서 결제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이는 미국내 거래가 아닌 타국 거래로서, Morrison 판결에 비추어 코스피 200 야간 선물 거래에 증권거래법과 거의 동일하게 읽히는 상품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허용불가한 역외 적용(extraterritorial application)이라는 타워리서치캐피탈의 주장에 동의하며 2017. 2월 본 소송의 각하신청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제2연방항소법원은 상품거래법의 적용 범위 및 코스피 200 야간 선물 거래의 성격과 관련하여 원심이 제시한 시각과 사뭇 다른 견해를 펼쳤다. 동 법원은 먼저 ‘국내 거래’라 함은 미국 내에서 특정 거래로 인해 거래 당사자 간 ‘불가역적 채무(irrevocable liability)’가 발생하였을 경우를 말한다고 설시하면서 과연 코스피 200 야간 선물 거래에 있어 그러한 ‘불가역적 채무’ 발생 시기와 장소를 어떻게 보는 것이 합당한지 면밀하게 살폈다. 타워리서치캐피탈은 코스피 200 야간 선물 거래에 있어 ‘불가역적 채무’는 거래의 최종적인 종결이라 할 수 있는 청산/결제 시점에 발생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제2연방항소법원은 시카고 상품거래소가 명시적으로 자신의 플랫폼 CME Globex 상 입력된 주문의 결과로 인한 매매의 체결 자체를 구속력있는 계약의 체결과 동일시하고 있고 모든 거래 참가자들로 하여금 취소되지 않은 한 모든 매수 매도 주문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비록 한국거래소 규정상 착오로 인해 매매 체결 이후에도 취소 및 변경의 여지가 존재하기는 하나 이것만 가지고 주문자들이 매매 체결 이후에도 자유롭게 자신이 승인한 주문을 번복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에 근거하여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이번 제2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은 부수적인 거래 행위는 미국 외에서 발생하였더라도 그로 인한 구속력있는 채무의 발생이 미국내 거래, 즉 국내 거래(domestic transaction)라는 점만 입증 된다면, 증권거래법 내지 상품거래법의 효력이 미칠 수 있고, 따라서 Morrison 판결의 높은 허들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타워리서치캐피탈의 시세조종행위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꺼져가는 불씨가 다시 되살아났다. 일견 소 각하 결정만 취소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소 각하 청구 단계가 넘어가면 일반적으로 증거개시제도를 통해 피고가 보유하고 있는 증거의 입수가 가능하게 되고 이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많은 경우 합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시세조종 행위로 입은 손실의 보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김성훈 회계사 shkim@yi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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