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닉사의 주주가 회사와 두 명의 임원 (CEO와 CFO)을 상대로 제기

 

지난 6월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한 런던 그렌펠타워에 외벽 패널을 공급한 미국 아르코닉사 (Arconic Inc.)와 두 명의 임원들 (전 CEO인 Klaus Kleinfeld와 현 CFO인 Kenneth Giacobbe)을 상대로 증권집단소송이 제기되었다 (Brave v Arconic Inc et al, U.S. District Court,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No. 17-05312). 주주인 마이클 브레이브씨가 아르코닉사의 주식을 지난 2월 28일부터 6월 26일까지 사이에 매수한 피해자 집단을 대표하여 지난 7월 13일 뉴욕남부 연방지법에 제기한 이 집단소송에서 원고측은 그렌펠 타워 화재사건을 전후하여 회사의 사업내용과 운영 정책 및 준법감시 정책에 관하여 부실공시가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문제의 핵심은 그렌펠타워에 외장재로 공급된 레이노본드 PE패널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아르코닉사는 알루미늄, 티타늄, 니켈 등과 같은 경량 금속 제조 및 판매에 특화하고 있는 회사로서 알코아사가 2016년 하반기에 사업부문 일부를 분사하면서 상호를 변경한 회사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에는 ‘레이노본드 PE (Reynobond PE) 패널’이라는 제품이 있는데 이 제품은 폴리에틸렌을 얇은 알루미늄으로 감싼 제품으로서 가연성이 높아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아르코닉사의 판매직원들은 문제의 패널이 화재에 취약하여 고층건물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렌펠 타워에 판매하였다고 한다. 지난 6월 14일에 발생한 런던 그렌펠타워의 화재는 최소 80명의 사망자와 7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낳는 대규모 피해를 야기한 바 있다.

 

원고가 주장하는 부실공시의 내용

 

원고는 소장에서 아르코닉사가 문제의 레이노본드 PE제품이 건축에 사용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제품의 사용이 건축물에 인적, 재산적 피해를 야기할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공시하지 않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공시를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레이노본드 PE의 높은 가연성 때문에 고층 건물에는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제품 홍보물 등에 명시하였으면서도 이번 화재가 발생한 영국에서는 그러한 내용이 누락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원고측은 이러한 사실이 화재발생 이후 뉴스와 회사의 보도자료를 통해서 드러남에 따라 아르코닉의 주가는 14.5% 가량 급락하였고 이에 따라 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추궁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증권집단소송

 

미국에서는 상장기업의 주가가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급락하였고, 그러한 급락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경우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드물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소송은 1차적으로는 주가하락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투자자 집단소송으로서의 의미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하여 그 사회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즉 기업이 그 제품이나 정책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이에 따라 주가하락이 야기되었을 경우 이에 대하여 투자자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기업들로 하여금 사전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만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정책을 채택할 경우 그에 따른 위험(기업가치의 훼손이나 주가하락을 야기할 위험)을 미리 공표하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해당 기업으로 하여금 그러한 제품이나 정책을 취급하지 말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에 대한 허가만 이루어지면 증거개시를 꺼리는 대상회사와 배상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어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러한 종류의 소송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